[내 인생의 자동차] 프로레이서 조항우, '포르쉐 911' 세번이나 구매하게 된 사연

입력 2017-07-02 09:00   수정 2017-07-04 20:11

조항우 아트라스BX 감독 겸 선수 인터뷰
레이싱 20년 경력, 기억에 남는 차는 포르쉐
대회 없는 날 로제타스톤 업무 병행




"그동안 수많은 자동차를 경험했습니다. 그중에서 딱 하나만 고르라면… 포르쉐 911은 가장 각별한 차죠."

40대 기혼 남성이 스포츠카 포르쉐의 매력에 대해 한수 가르쳐준다. 알고보니 모터스포츠와 깊은 인연이 있다. 20년째 레이싱에 푹 빠져 사는 남자. 바로 한국타이어 레이싱팀 아트라스BX 감독 겸 선수인 조항우 씨(43)다.

조씨는 국내 모터스포츠를 대표하는 선수다. 그동안 메이저 대회에서 네 차례나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포털에 그의 이름 '조항우'를 검색하면 인물 정보가 뜬다. 활동 경력이 많아 그와 관련된 레이싱 뉴스도 많이 올라온다.

6월 하순께 서울 영등포 KnK타워 내 로제타스톤코리아에서 조씨를 만나 다양한 자동차 얘길 나눴다.

◆911에 중독된 40대 기혼남

"제가 마치 포르쉐 홍보대사가 된 것 같지만요. 포르쉐를 한 번 타본 사람들은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짜릿한 매력이 있습니다. 주말이나 쉬는 날에 포르쉐를 운전하면 스트레스 풀기는 이보다 더 좋은 게 없거든요."

조씨가 포르쉐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값비싼 스포츠카였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무려 세 번이나 구매를 하게 된 독특한 경험을 갖고 있어서다.

서른 중반이던 2009년 조씨는 타던 차가 있었지만 미국에서 직수입한 수동 차량인 '911 카레라4S'가 매력적인 가격에 팔기에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포르쉐와 첫 번째 만남이었다.

"가깝게 지내던 딜러 선배의 추천으로 차를 사게 됐는데, 차량을 2대나 보유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면서 "결국 2년간 타다가 또 충동적으로 차를 처분하게 됐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 후로도 911을 잊지 못해 포르쉐 맛을 찾으려고 BMW 1M, 벤츠 C63 등 다양한 차를 타봤지만 그 맛이 나지 않았다고.

"포르쉐를 한 번 타본 사람들은 쉽게 잊지 못하는 맛이 있어요. 포르쉐 중독병(바이러스)을 그때 알았지요."

포르쉐를 잊지 못한 그는 이번엔 정식 매장을 통해 '911 카레라4S' 자동변속기(PDK) 차량을 구매했다. 두 번째 만남이었다. 하지만 막상 타보니 오토 차량에 대한 단점들이 보였다. 수동 차량에서 느꼈던 진동, 소리, 촉감 등의 매력이 반감되는 것 같았다. 결국 또 차를 팔았다.

이후 그는 처음 탔던 911 카레라S를 중고차로 매장에서 또 만났다. 자신의 첫 포르쉐를 샀던 사람이 차를 팔겠다고 내놓은 것이다. 기막힌 인연이었다. 그렇게 해서 처음 소유했던 주인한테 차가 다시 돌아왔다. 세 번째 만남이었다.

911 카레라S가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물어봤다. 그는 "핸들링과 변속 느낌, 소리와 진동, 만지는 것 하나하나가 정말 포르쉐답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며 "기계·시스템을 그대로 접하는 듯한 느낌, 기초가 잘 만들어져 있는 느낌이 좋았다"고 했다.

몇 개월 전에 친한 후배에게 차를 넘기면서 거의 8년간 함께했던 911 카레라S와는 정든 이별을 했다.

"차가 곁에 없으니 허전하고 자꾸 생각이 나네요. 차 팔고 난 다음에 뒤늦게 또 후회를 했죠. 지금 타고 있는 차 리스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포르쉐로 갈아탈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 "모터스포츠가 있는 한국에서 꿈을 펼치고 싶었다"

조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적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캐나다에선 만16세가 넘으면 운전면허증을 딸 수 있다. 면허증을 따고 미쓰비시 뮤라즈 터보(고성능 해치백)를 생애 첫 차로 탔다. 이후 포드 머스탱 GT 5.0 등을 타면서 'F1' 황제 미하엘 슈하머 같은 레이싱 드라이버의 꿈을 키워갔다.

1997년 대학시절 캐나다에서 레이싱을 시작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이 없는 캐나다에서 모터스포츠는 비인기 종목이었다. 프로선수로 뛸 기회를 찾기도 어려웠다. 모터스포츠 선수가 되고 싶어 가족을 떠나 혼자 한국에 왔다.

"1999년이었어요. 캐나다에서 인터넷 뉴스로 한국 최초의 레이싱 대회(F3 대회)가 창원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거죠."

그 경기를 보면서 우리나라에 모터스포츠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는 결국 한국행을 택했다. 한국은 자동차산업이 있어서 프로선수로 활동하기엔 더 낫겠다 싶었다.


조씨는 이듬해인 2000년 우리나라로 들어와 경차 마티즈를 시작으로 아반떼(1세대), 투스카니 같은 한국차를 탔다. 경제적 여유가 없던 시절 영어과외를 하면서 레이싱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이름을 알리고 여유가 생기면서 BMW 330i, 인피니티 G35, 벤츠 CLS 63(1세대) 및 C63, 포르쉐 911 등 다양한 차를 몰았다.

현재 출퇴근용으로 타고 다니는 차는 아우디 A6. 그는 "결혼하고 자녀가 있으니 지금은 패밀리 세단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말마다 장난감처럼 타고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풀던 포르쉐 911 맛은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포르쉐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상 언젠가 또 포르쉐를 타지 않으면 병이 날 수 있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2010년부터 아트락스BX 소속인 그는 현재 CJ슈퍼레이스에서 배기량이 가장 큰 캐딜락6000클래스에서 뛰고 있다. 올시즌은 현재 3라운드(총 8라운드)를 마친 가운데 드라이버와 팀순위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미국 영어교육기업인 로제타스톤의 한국지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셈이다. 하지만 레이싱 DNA는 멈추지 않는다고. 체력이 될 때까지는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보다 나이가 더 많은 선배들도 아직 현역에서 뛰고 있습니다. 레이싱은 몸이 허락할 때까지 할 생각입니다. 체력 관리만 잘하면 앞으로 10년은 선수생활을 더 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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